비가 오는 아침에
어제부터 오고 싶어 하였었던 거 같았는데, 아침 먹고, 식탁 정리하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오기 시작했었나 보다. 여유를 찾았더니 빗소리가 들리고, 요즘 왔던 비가 아닌 것처럼 아주 많이 내린다.
중부지방에는 폭우로 사람들이 힘들어한다고 했는데 그만큼의 폭우인지 이렇게 몇 시간 오면 아마 학교 앞 사거리는 물에 잠길 것이다.
30여 년 전에 도로가 빗물로 가득 차서 어디가 도로이고 논두렁인지 몰라서 집으로 돌아오기 힘들었었는데 오늘 오는 비로 총회를 마치고 집으로 들어오고 있는 형제들의 귀갓길이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다.
많은 비가 오고, 창문을 열고 책상 앞에 앉아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이번 비로 전에 낚시해서 잡아다 풀어놓은 성모상 앞에 있는 연못에 물이 차면 좋겠다.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 연못이 말라서 고기들이 새들의 눈에 걸려 위험해지지 않을까 걱정이었었다. 다행히 며칠 동안 가끔 비가 와줘서 고기들이 편안해졌는지 아무 흔적이 없다. 아마 잘살고 있는 표시일 것이다.
올해 오는 비중에 많은 비가 쉬지 않고 오랫동안 오는 것은 첨이다. 내가 잠들었을 때 왔었는지 모르지만, 30분 넘게 많은 비가 쉬지 않고 계속 내리는 것은 첨본다
창문을 닫았다. 비가 들치지는 않지만, 주위에 떨어지는 파편으로 창문 사이에 물 자국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빗소리를 듣고 싶어서 창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바람이 없이 내리는 빗소리가 큰 것을 보니 굵은 비인 것이 확실하다. 밖에 잠시 나가보고 싶지만, 비가 그친 뒤에나 나가봐야겠다. 비가 오고 나서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비 올 줄 알고 준비를 잘했는지도 궁금하다.
비가 많이 오는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