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동산에서 

 

안개가 걷혀가니

날이 습기가 더해져

말들도 사람들 손 피해

멀찍이서 젖은 풀에

몸 비비며 씻는다.

 

강아지 부르듯 

휘파람으로 손짓하니

알아들었는지

귀를 쫑긋하고

나를 향해 처벅처벅 걸어온다

 

와도 줄것도 없고

어색한 만남에

부르고 할일없게 만들까봐

거기 서라고 휘파람을 멈춘다

 

알아들었는지

마치 그곳으로 올려고 

했던 것처럼

그 자리에 서있다

한동안 눈을 맞추는지

내 기색을 살피는지

물끄러미 바라만 본다.

 

오라고는 했는데

부담스러움으로 

감당이 안될까봐

가련히 보아주는

넉넉함이 보여서 의지가 된다

 

내 맘이

내 생각이

너로인해

드러나고 말았다.

 

세미동산의 십자가의 길

가시관을 쓰시고

매를 맞고

힘이빠져 쓰러지다가

돌아가신 분

 

아마 그때 나도

채찍을 들고

예수님을 팔고

조롱을 하며

예수님을 비웃는

 

그런 일을 했을 것이다.

 

지금 예수님을 

마주보지 못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