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부제 서품을 앞둔 날
느닷없이 나타나서
잘 아는 수녀님이 보냈다고
수사님 옷 하나 사러 가재요
좀 당황스러워서
괜찮다고
받은 것으로 한다고
감사하다고 했어요
알았다고,
수사님 마음을 알았다고 하더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어요
왜 왔는지 처음부터 말했어요
수녀님이 보내서 왔고요…….
생각이 나요
시내에 있는 양복점이 아니라
우리 집 근방에 있는
작은 양복점이었어요
바지를 두 개 했어요
임자도에서 혼자 집 보는
뜨거운 여름에
두 분이 놀러 왔어요.
가는 곳마다 오시라고 했는데
한 번만 왔어요
부드러운 말씨에
묻어나는 강인함이
어떤 때는 고집스럽게
어떤 때는 사랑스럽게
해야 할 것들을 이루지요
가끔 형제님도 놀래요
나이 먹은 사람답지 않게
현대적 감각도 있고요
믿어주고 밀어주는 형제님의 배려로
무슨 일이든지 자신감을 가져요
힘들 땐 의지도 해요
항상 감사하다고 하지요
맘만 갖고 있지 않고요
사랑하는 것
사랑받는 것
서로 아는 형제님 덕분에
오늘도 힘내고 홧팅
내가 아는 자매님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