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생각나는 이유

 

가끔 책에서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얘기들을 한다.

그 사람은 꽃을 좋아했다고, 싸리꽃, 국화, 진달래, 등등의 꽃을 보면 생각이 난다고 한다.

우리 어머니는 어떤 꽃을 좋아하셨을까?

어떤 음식을 좋아하셨을까?

무슨 신발이나, 옷을 좋아하시고, 어떤 영화를 좋아하셨을까?

어떤 물건에 애착을 두고 계셨으며, 어떤 이상형을 가지고 사셨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가난하게 사느라 또 남의 집에서 사느라 이사 다니기 바쁜 그런 삶을 사느라 꽃을 가꾸고 화분을 돌보면서 사는 형편이 못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화분도 꽃도 싫어하시는 줄 알았다.

형들의 고생으로 집을 장만하고 우리 집을 가졌을 때 그 집에는 화분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베란다는 너무 큰 화분을 올려 두어서 나중에 낡은 집이 되었을 때는 무너질 것을 염려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꽃과 거리가 멀고 화초를 모르고 사시는 줄 알았는데 멀리서 보면 집이 숲속에 있듯이 혹은 집안 곳곳에 나무가 솟아나서 패가 같은 그런 집으로 가꾸시면서 사셨다.

음식을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있으신지는 아무거나 잘 드셨기 때문에 잘 몰랐다. 그런데 아무거나 잘 드신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알고 보면 음식을 만들어놓고 우리가 안 먹으니깐 남은 음식들이 아까워서 드신 것을 우리는 좋아하시거나 아무거나 잘 드신다고 생각한 것이다.

특별히 홍어를 좋아하신 것은 생각이 난다. 홍어를 사서 부엌 옆에 빨간 다라에 나락을 털고 남은 멧재를 깔고 홍어를 그 속에 넣고 가마니를 덮어서 삭히셨다.

부엌에 뭘 가질러 가면 그 냄새가 싫었는데 가끔 어머니께서는 그 옆에서 가마니를 들춰내고 홍어를 살짝 잘라서 입으로 맛을 보시면서 얼마나 삭았는지 알아보시곤 하셨다. 그 모습이 홍시가 익었나 보기 위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가서 주물러 보고 만져보는 그런 모습보다 더 애타는 마음으로 보였었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삭힌 홍어를 내가 싫어한다고 그중에 얼마를 덜어내어서 그것을 찌셨다. 그리고 항상 이 아까운 것을 익히게 됐다고 서운해하셨는데 그마저도 많이 먹지도 않고 깨작거리다가 마니깐 참 속이 상하셨을 것 같다.

지금도 홍어는 그렇게 입맛에 맞아서 어머니처럼 즐기지는 않지만, 홍어를 생각할 때마다 그때 어머니의 눈빛과 아쉬움이 묻어나는 탄식과 그렇게 아끼고 좋아하시던 홍어를 제일 좋은 부분으로 보이는 일부를 잘라서 익히는 것도 감수하신 어머니의 마음을 읽게 되어서 마음이 저린다.

가끔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우리 어머니께서는 나를 다시 당신의 자식으로 선택하시고 나를 아들로 태어나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청하실 것 같다는 얘기를 사람들에게 말한다.

그것은 홍어를 통해서 혹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를 통해서 그렇게 당신의 마음을 보여주시고 사랑하신다는 마음을 증표로 나의 마음에 각인을 시켜주신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나는 다시 태어나서 어머니를 선택하게 된다면 우리 어머니를 선택할 것인가? 라고 물어보고 싶다. 어려서 아주 가끔 옆집 아주머니가 우리 엄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옆집 아주머니는 내가 쓸데없는 얘기를 해도 다 들어주고 칭찬이나 격려를 해주셨다.

우리 종운이 잘 생겼다고 하고, 공부도 잘하니깐 엄마가 좋으시겠다고 하고, 딸도 없으면서 딸이 있었으면 사위 삼았을 텐데 하고 말하곤 했다.

그렇지만 우리 어머니 앞에서는 칭찬이란 것을 받아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짓을 했는지 다 알고 계셨기 때문에 나를 칭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다만 앞으로 내가 잘 되기를 소망하고 언젠가 뭔가 큰일이나 남을 위해서 좋은 일들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셨을지 모르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옆집 아주머니처럼 칭찬만을 할 수 있는 처지가 되지 못하셨을 것이다.

시장에서 사 온 몸빼 바지를 입으셔야 하고 한복을 입어서 작고 뚱뚱한 몸매를 감추셨어야 하는 그런 패션만으로 살아오셨다. 가끔 왜 우리 어머니는 양장이나 하이힐을 신으면 안 되는지 잘 몰랐다.

다리가 아프시다고 하실 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고 하실 때, 며느리 흉보고 큰아들 흉보고 손주들 맘에 들지 않는 것 얘기하실 때 세상 사시는 동안에 맘대로 하시지 못하고 자식들에게도 고생만 시키고 제대로 해주지 못하셨다는 엄마 맘으로 큰소리 한번 못 치시고 조용히 불편함을 얘기하시는 것이었는데 들어주기보다는 설득하려고 했던 말들이 끝까지 어머니 마음 몰라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다 하시라고 하고 그 앞에서 하시는 얘기에 맞장구도 쳐 드리면서 같이 화도 내고 같이 웃으면서 다 들어드리고 싶다. 말씀을 다 하시면 다른 말 안 하고 이 말을 말하고 싶다. 사랑한다고 그리고 꼭 안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