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원에서

 

아침에 눈을 떠

창문을 열었다.

바로 앞 언덕에

장끼 한 마리 푸드덕 날고

돌아서는 뒤로

까투리 날아간다.

식구들이 쉬다가

내 기척에 놀랬나?

 

오랜 더위도

절기를 알아본 듯

얼굴에 쌔한 바람

가을의 아침 기온을

맛보여 준다.

 

수녀원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수녀님들이 기다리는

아침 미사를 봉헌하러

성당으로 가는 긴 복도

오늘 복음을 기억하고

강론을 생각한다.

 

신부님 앞에서는

무장해제가 된다면서

친근함을 보여주는

수녀님의 한마디에

편안함과 활기로

내딘 발걸음이 가볍다.

 

돌아오는 길

내일은

어떤 마음의 양식을

준비해서 줄까 하는 마음이

내가 실천하기 보다는

가르칠려고 하는

작태가 된다..

 

잘 산다는 것이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은 아닌데

남에게 하라고만 한다.

엄청 잘 사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