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옥에서 3년을 봉사했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글을 올립니다.
오늘 제가 2017년부터 검정고시와 CA 봉사를 가는 기관이 mbc 스트레이트에 보도됐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아는 분의 부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제 삶의 많은 부분을 바꿔준 고마운 곳입니다. 그곳의 친구들과 시간을 나누고 삶을 나누며 제 미래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고민하고 발전시켰습니다. 아이들은 저에게 친구고 가족이고 선생님이 돼 줬고 저도 그러려고 노력했습니다.
성추행 사건과 폭력, 학대의 온상지라는 보도를 보며, 그곳에서 지낸 아이들이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는 기사와 보도를 보며, 저는 무엇을 위해 3년의 시간을 투자했는지 의문스러워졌습니다.
저는 봉사자이기에 내부의 모든 일을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평균적으로 수요일 저녁 7:30~9시 CA 시간을 통해 아이들을 만나고 목요일 7:30~9시 검정고시를 통해 아이들을 만나며 일요일은 아침 9시부터 운동시간인 오후 3시까지. 혹은 그 이상 아이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생활관이나 다른 직원 선생님들과, 신부님들과도 인사하며 지내고 그분들은 어찌보면 외부인인 저희들에게 언제든 어디서든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배려해주셨습니다. 최대한 많은 시간을 나누고 함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고맙게도 아이들은 저에게 손을 내밀어주고 마음을 열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었고요. 앞서 말했듯 그것만으로 내부의 모든 일을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선생님들과 신부님들이 조직적으로 아이들을 학대하고 폭행하고 약물을 먹이지 않았음은 확신합니다. 그런 일이 있었다면 자신의 깊은 이야기도 해줬던 아이들이 그저 조용히 함구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저만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있었고 주기적으로 살레시오에서의 생활은 어떤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언지 묻곤 했습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얘기해줄 시간과 유대관계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당장 아이들을 위해 봉사를 나가는 저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을겁니다.
아이들이 아주 폐쇄적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그 부분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매주 토요일, 일요일 면회가 가능하며 퇴소를 앞둔 아이들은 부모님 동행 하에 외출해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고 돌아오기도 합니다. 법무부에서 위탁하는 기관이기에 판사들 역시 자신들이 6호 처분 내린 아이들을 관리하며 이들과 주기적으로 면회하고 생활에 대해 묻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선생님과 신부님을 주도로 한 폭행과 학대, 약물복용이 있었다면 판사들 역시 모를 리 없습니다.
보도에 나온대로 성추행 사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센터 차원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을 안 후 해당 선생님을 바로 직무정지 처리했고, 피해를 당한 아동을 조사해 해당 선생님을 고소했으며 현재 실형 판결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mbc는 왜 이를 마치 센터의 선생님과 신부님들이 그 사실을 함구하고 가해자 선생님을 옹호한 것처럼 보도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살레시오에 대해 악감정을 품고 정의로운 내부고발자인양 살레시오를 공격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억울하면서 왜 지금껏 아무런 말도 없이 참고있었느냐 물을 수 있습니다. 그럼 mbc에게 다시 묻겠습니다. mbc는 그동안 소년들을 어떻게 보도했습니까? 해당 보도를 본 뒤 mbc가 그동안 소년들을 어떻게 보도해왔는지 찾아봤고 매달 평균 5~6회 정도 ’잔혹한 소년들’, ‘대범한 소년들’, ‘위기의 소년들’ 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아이들을 보도한 것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아동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며 6호시설을 ‘지옥’이라 표현하는 방송을 하는 오늘도 그런 류의 기사를 냈습니다. 대중이, 여론이 아이들을 어떻게 보는지 압니다. 아이들 역시 기성 언론이 자신들을 어떤 프레임으로 보도하는지 아주 잘 압니다. 스스로에게 낙인을 찍고 스스로를 그렇게 부르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살레시오가 알려지면 해당 아동들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어떻게 작용할지 알기에. 그걸 걱정했기에 어떤 적극적인 조치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진실은 알려질거라고 믿으며 그냥 묵묵히 나의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mbc는 부디 자신들이 올린 기사에, 유튜브에 올린 영상의 댓글에 어떤 댓글이 달리는 지 보길 바랍니다. 스스로를 범죄자로 정의하는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잘못을 한 건 맞지만 사회의 구조적 모순, 너희들을 방치한 사회의 탓도 있기에 너희는 범죄자가 아니고, 그래서 선생님이 너를 만나러 오는 거라는 얘기를 수도 없이 했습니다. 아이들이 자신들이 가진 긍정적인 가능성을 믿고, 그 힘으로 세상을 다시 긍정적으로 살아가길 바랐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많은 선생님들이 그렇게 노력합니다. mbc가 그 노력을 영상 하나로, 글 하나로 또다시 무너뜨렸다는 사실을 부디, 제발 아시길 바랍니다. 편파적이고 허술한 보도로, 이중적인 잣대로 아이들을 자신들의 실익에 맞게 보도하며 더이상 상처주지 않기를 바랍니다.
결국, 해당 보도가 방송되는 오늘, 그동안 함께했던 친구들에게 무작정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관련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증인이자 증거는 시설에서 살다 퇴소한 아이들이기에 사실을 알리는 데 동참해달라 부탁했습니다. 아이들이 방송을 보고 자신이 살다 간 센터에 대한 비방과 욕설을 감내하고, 그 영상에 달린 욕설 섞인 댓글을 볼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렇게 했습니다. 해당 보도와 방송을 보고 분노하는 친구, 힘내라는 친구, 사실이 아니라 말하는 친구. 결국 다시 상처받는 건 아이들이란 생각에 참담했고 보도를 보며 그동안 무엇을 위해 노력해왔는지 참 허탈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낸 3년의 시간이 모두 부정당하고 저와 저의 아이들, 함께 봉사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mbc는 그 방송으로 이곳에서 살다간 모든 아이들과 6호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상처를 줬다는 사실을 통감하길 바랍니다.
저는 살레시오의 관계자도, 시설 종사자도, 직장을 그곳에 둔 사람도 아닌 봉사자에 불과하지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할겁니다. mbc가 증거라며, 사실이라며 보도한 그 모든 보도들보다 제가 연락한 모든 아이들이 제게 준 답장에서 오는 확신이 더 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분노와 상처와 따뜻한 말들과 위로와 응원을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와 전화했던 스트레이트의 기자님. 기자님에게 묻겠습니다. 기자님은 아이들을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기자님이 원하는 반응보다 아이들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이 더 많은 것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게 기자님이 생각하시는 정의이고 진실이고 보도윤리이며 기자로서의 사명감입니까? 제가 전화를 걸어 제가 봉사해온 동안에 만난 아동들이 많고, 그 아동들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금껏 노력해온 봉사의 결과가 무너질까 걱정된다 말씀드렸습니다. 댓글 다 읽으셨겠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한테 분명히 말씀하셨죠. 우려하는 부분 알고있으니 그럴 일 없이 잘 보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그게 기자님의 노력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어렵사리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을 때 기자님은 기자님이 원하는 것만 물으시고 기자님이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자 제 전화를 끊으셨죠. 그게 기자님이 생각하는 정의입니까? 왜 양쪽의 말을 다 듣고 따져보고 구체적인 취재를 하지 않으신건지 궁금합니다. 한쪽의 말만 일방적으로 듣고 보도를 하는 것이 기자의 일입니까? 그것이 mbc의 보도관행입니까?
시청자 의견, 기사 댓글에 올라오는 진심들을 무시하지 말아 주세요. 자신의 의견과 다른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태도로 일관하지 마세요. 지금껏 노력해온 많은 이들을 모독하지 마세요. 제 노력을 지옥으로 만들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